2010년 2월 3일 수요일

때 지난 그린데이 내한 리뷰 : 서울의 중심에서 펑크 록을 외치다


그린데이 (Green Day) - 현대카드 슈퍼콘서트Vll 그린데이 내한공연 2009.01.18



서울의 중심에서 펑크 록을 외치다


뮤지션과 팬들이 하나가 되는 공연, 그린데이(Green day)의 첫 내한 공연은 펑크록을 통한 모두와의 소통이자 감정의 교류가 이뤄진 공연이었다. 데뷔 21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그린데이, 비록 한국까지의 여정에는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팬들에게는 그들의 방문 자체로도 흥분과 기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2010년 1월 18일, 이미 올림픽 체조 경기장에는 많은 인파들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행렬 속의 많은 사람들은 이미 공연이 시작되기라도 한 듯 저마다 부푼 가슴을 안고 있었다. 이미 말하지 않아도 그 두근거림은 눈빛에서부터 드러나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곧 얼마 지나지 않아 그린데이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곧 만족감으로 충만 시켰다.


드디어 오후 8시 10분, 그린데이 3인방 빌리 조 암스트롱(Billie Joe Armstrong), 마이크 던트(Mike Dirnt), 트레 쿨(Tre Cool)이 무대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 기다림 없이 그린데이는 바로 시작부터 거침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오프닝 곡은 [21st Century Breakdown]에 수록된 “Song of The Century", “21st Century Breakdown”, “Know Your Enemy”였다. 팬들 또한 기다렸다는 듯이 이들에게 지칠세라 뜨거운 반응으로 이들의 오프닝을 환영했다. 스탠딩이든 지정석이든, 어른이든 아이이든 할 것 없이 그린데이는 모두가 하나가 되는 진풍경을 만들어냈다. 빌리 조는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기 위해 스탠딩의 팬들을 무대 위로 초대하여 같이 노래를 부르거나 팬의 양모자를 빼앗아 쓰는 등 짓궂은 재롱을 떨기도 했다. 특히 무대 바닥에 드러누워 엘비스 프리슬리의 “Love Me Tender”나 비틀즈의 'Hey Jude' 등 예상치 못한 그의 흥얼거림은 그린데이의 곡을 자세히 모르는 기성세대 관람객에게도 큰 재밋거리를 선사했다.


이들의 공연은 가장 최근에 발표된 [21st Century Breakdown]외에도 활동 초기 때의 음반 [Dookie], [Insomnian]은 물론 발표 당시 큰 이슈를 끌었던 [American Idiot], [Warring]에 수록된 곡들을 주로 불렀다. (만약 라이브 음반인 [Bullet In A Bible]을 예습해갔다면 훨씬 공연을 즐기기에 수월했을 것이다.)


그들의 라이브는 대단했다. 2시간 이상 계속된 공연에도 불구하고 그린데이는 지칠 줄 모르는 퍼포먼스로 관중들을 압도했다. 그들은 자체 제작한 대포를 이용해 티셔츠 볼을 증정하고 공연 중간마다 관객들에게 물총을 쏘기도 했다. 빌리 조는 바지를 벗어 엉덩이를 노출하는가 하면 어느 여고생 팬과의 딥키스를 하는 등 모두의 상식의 룰을 뛰어넘는 쇼맨쉽을 보여줬다. 이것이야말로 정말 그린데이 다운 공연이다. 반항과 자유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펑크록의 의미를 팬들에게 몸소 보여준 그들의 열정은 뜨거웠다.


그린데이는 많은 사랑을 받아온 명곡 “Holiday", “Boulevard of Broken Dreams”, "Hitchin' a Ride", “She", "21Guns" 등을 비롯해 깜짝 커버곡까지 총 25곡을 부르며 록 공연 내내 완벽한 공연을 선사했다. 공연 내내 약 1만 5천명의 관객들은 빌리 조의 손짓 하나, 기타 리프 하나에 빠짐없이 반응하며 같이 뛰고 노래하고 환호했다. 이런 진심이 그린데이에게도 잘 통했는지 공연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앙코르를 외치자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무대에 등장했다. 그리고는 모두가 간절히 원했던 곡 "American Idiot"과 메들리 형식의 펑크 곡인 ”Jesus of Suburbia"를 부르며 최후의 열정의 불길을 토해냈다. 큰 폭죽 소리와 함께 록 공연의 향연을 이뤄낸 그린데이의 공연은 그 뒤에도 빌리 조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 이뤄진 “Last Night On Earth”, “Good Riddance”,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를 마무리로 대망의 공연의 끝을 맺었다. 공연은 오후 10시 40분경에 마무리 되었다. 무려 3시간에 가까운 공연 시간이었다.


이들의 공연은 사운드나 퍼포먼스 면에서 신선했으며 완성미 또한 높았다. 펑크 록 음악의 특정상 발생하는 기타 노이즈에도 불구하고 그린데이는 베이스 기타와 드럼의 음량을 조절하는 등 결정적인 약점을 잘 보완하였다. 또한 ‘그린데이’라는 세계적 록 밴드의 지명도 덕분에 일반 평균 3~4천에 달했던 다른 뮤지션들의 공연과 달리 큰 성공을 거두었다. 즉, 좀처럼 국내에서 보기 드문 내실이 알찬 훌륭한 록 공연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뛰어난 공연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들은 속속 나타났다. 바로 행사 진행의 미흡함과 공연 인프라의 부족이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관객들 사이에서 가장 불만이 많았던 대형 스크린의 부재는 록 공연의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떠올랐다. 덕분에 2,3층에 앉은 지정석의 관객들은 공연의 감초 역할을 하는 멤버들의 얼굴이나 자세한 행동, 제스쳐 등을 대거 놓치게 되었다. 게다가 폭죽 효과가 잦은 공연임에도 일체 환기가 안 된 공연장은 음악을 즐기기에 큰 고문이었다. 1만 5천명의 엄청난 인파가 함께 뛰놀고 움직이는 공연장에서 떠다니는 먼지와 폭죽 연기는 공연에 방해요소가 되기에 충분했다.


관객들의 안전 또한 큰 걱정을 끼치는 요소다. 1층 스탠딩 석에 몰린 수많은 관중들의 수 때문에 무대에 올라가 경호원들의 제지를 받았던 관객들이 속출했으며, 2,3층의 관객들이 던진 야광봉에 머리를 맞는 사고도 적지 않았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질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그리고 인터넷 상을 뜨겁게 달군 키스 해프닝에 며칠간은 그린데이의 공연이 대중들에게 큰 이슈를 끌기도 했다. 문제는 공연의 주체사인 현대카드의 수수방관 자세다. 공연의 호응도와 불필요한 공연의 방해를 저해하기 위해 특별한 조취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그들의 입장에 대하여 앞으로의 내한 공연 운영에 큰 염려가 된다. 사고는 항상 예기치 못한 시간이나 장소에서 발생하기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해외 뮤지션들의 부쩍 증가하는 내한 공연과 이에 대해 국내 팬들의 관심이 과거와는 달리 점점 높아지는 추세지만, 이런 추세에도 아직까지 국내에 제대로 된 콘서트 공간이 부족한 점 또한 현재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규모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은 물론, 음향 시설이 취약한 일반 운동 경기장에서는 질 높은 공연을 관람하기란 어렵다. 해외 뮤지션에 대해 높아지는 국내 팬들의 관심, 그리고 이를 현실로 이끌어 주는 해외 뮤지션들의 내한 공연은 그 자체만으로도 국내 공연 문화 수준을 한 단계 올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연 인프라 문제는 앞으로 국가에서도 반드시 인지해야 할 숙제다.


그린데이의 공연은 정말로 멋졌다. 모처럼 펑크 록이란 음악 아래에서 뮤지션은 물론 관객들까지 신나게 놀고 즐길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앞으로도 이들 뿐만 아니라 많은 해외 뮤지션들의 모습을 국내에서 자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20100125    


글│ 김민영



** 공연 세트리스트

Song of the Century

21st Century Breakdown

Know Your Enemy

East Jesus Nowhere

Holiday

The Static Age

Before the Lobotomy

Are We the Waiting

St. Jimmy

Boulevard of Broken Dreams

Hitchin' a Ride

Welcome To Paradise

When I Come Around

Brain Stew

Jaded

Longview

Basket Case

She

King For A Day / Shout / Love Me Tender / Satisfaction / Hey Jude

21 Guns

Minority

Encore 1:

American Idiot

Jesus of Suburbia

Minority

Encore 2:

Last Night On Earth

Good Riddance (Time Of Your Life)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 사진 출처: 뉴스엔


댓글 2개:

  1. 그린데이 공연후기는 다 "대단했다" 일색이군요..ㅎ

    괜히 삐뚜러지고 싶은 욕구가...



    저는 조금 아까 집에 들오다가 오버킬 앨범 듣다가 오랜만에 가슴 벌렁벌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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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 Killer™ - 2010/02/03 23:47
    ㅋㅋㅋㅋㅋ 너무 괜찮아서 오히려 다른 실수를 지적하고 싶어지는 건가요? ㅎㅎ

    전 그린데이 공연은 괜찮았지만 그 공연을 방해하는 요소때문에 보는 내내 아쉬웠습니다



    와우 오버킬 좋죠 진짜 추억의 밴드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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