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가 영화화 되었습니다. 그것도 감독이 가이 리치입니다! 그의 영화 [스내치]나 [락 스탁 투 스모킹 베럴즈]를 보셨다면 그의 이름이 걸린 영화에 대한 저의 기대가 얼마나 컷는지 이해하실 겁니다. 물론 이 두 영화와 [셜록 홈즈]사이에 갭이 있고 그 사이에 영화가 엄청나게 훌륭한 작품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저에게 가이 리치의 영화는 저 두 편으로 기억되고 있었습니다. 저 두편의 영화 때문에 마돈나가 가이 리치에게 반했다고 하죠. 그래서 엄청 많이 기대하고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 [스내치]에서의 브래드 피트 . 필자는 한동안 집시가 되고 싶어졌었더랬데요
가이 리치 감독은 [락 스탁 투 스모킹 베럴즈]에서 유쾌한 스토리로 주목을 받았고, [스내치]에서 그 스토리 위에서 쓰여진 멋진 볼 거리를 제공한 영화였습니다. 단순히 이야기로 승부를 하는 것 이상으로 영화는 눈으로 보는 장르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는 감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에서 보여줘야하는 것은 스토리 뿐만 아니라 영화관에 앉아있는 사람이 영화를 보면서 즐거워할 영상을 제공해야하는 것이죠. 많은 블록버스터에서의 장관을 보며 우리는 감탄을 합니다. 놀라운 반전이 있고 멋진 스토리가 있는 영화도 재미있다고 하지만, 스토리는 밋밋해도 영상이 멋지다면 우리는 그 영화도 재미있다고 하지요. [트로이]나 [300]이 멋진 영상으로 멋진 영화가 된 영화겠죠. 볼 기회가 없어져서 못보고 있지만 [아바타]도 스토리보단 그런 영상으로 볼만한 영화를 만들어낸 영화 같더군요. (아바타 같이 보러 가실 분 있으신가요?)

딱 봐도 우리가 알던 홈즈는 아니다
[셜록 홈즈]는 이처럼 영상의 미를 충분히 살릴려고 노력한 영화입니다. 비주얼적인 효과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서 셜록 홈즌 바뀌어야할 필요가 있었지요. 어디서 읽었는데 셜록 홈즈로 굳어져 있는 이미지는 원작 어디에서도 없더라고 하더군요. 셜록 홈즈는 재해석되어 새로이 창조됩니다.(재해석이라고 하기엔 조금 앞뒤가 안맞기는 합니다. 오히려 원작에 가까워졌다고 할 수도 있겠죠.)지금까지와는 다른 셜록홈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홈즈의 모습이 그림자처럼 붙어있는 캐릭터였습니다. 한 번 보면 그 사람에 대하여 속속들이 파헤치고, 하나만 보면 열 가지를 아는 모습이며 약간은 능청스럽게 왓슨과 이야기하는 모습은 저희가 가지고 있는 셜록 홈즈의 이미지이지만, 사건이 없으면 집에서 총질이나 해대고, 그 좋은 머리 쌈박질할 때만 쓰는 모습은 엄청나게 신사적이고 멋지고 명석한 셜록 홈즈를 기대하신 분들에게 전치 6주의 상처와 6개월의 정신적 상처를 남겨버리는 영화입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생각과는 많이 다르지만 이 새로만들어진 셜록홈즈는 나름대로 멋집니다. 솔직히 영화에서 머리쓴다고 담배나 물고 고민을 하는 모습이 충분히 멋진 모습으로 담아낼 수는 있겠지만, 영화관에서 그 큰 스크린에 담을 수 있는 게 더 많지 않을까요? 막 펑 터지고, 뭐 날아다니고, 배 한 척 정돈 가뿐하게 물 속으로 다이빙 시키는, 그러면서 눈을 가려도 자신의 위치까지 다 알아내는 네비게이션같은 천재성을 지닌 그런 탐정이야 말로 영화로 만나기엔 더 멋지지 않을까요? 이미 담배만 빨아대는 아편중독자이면서 추리만 하는 셜록 홈즈는 만났잖습니까. 가이 리치가 영화라는 장르에 걸맞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하는 셜록 홈즈와는 다른 셜록 홈즈를 만들었고, 또 그에 걸맞는 무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렇게 만들어진 셜록 홈즈를 관객들이 소화할 시간도 충분히 주고 있었다고 봅니다. 거기에 왓슨은 섹시하고, 잘생겼고, 능력있고, 전역군인에 현재는 의사, 거기에 글도 쓰는 문무가 겸비된 엄마친구아들이 됩니다. 더 이상 셜록 홈즈의 빵셔틀이 아니라는거죠. 약혼녀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하다가도 자신의 호기심 때문에 그 호기심을 이용하는 셜록 홈즈에게 이용당해서 사건에 휘말리고 끌려다니지만, 수동적으로 '아, 역시 멋진 추리야 셜록 홈즈.'라 대사만 내뱉던 이미지에서 혼자서도 셜록 홈즈만큼 다 때려부시고 다니는 능동적인 캐릭터로 바뀝니다. 사실 소설 속에서도 왓슨은 꽤 엄마친구아들 스러운 면모를 과시하면서 셜록 홈즈의 멋진 엄호를 맡지만, 우리들이 기억하는 이미지는 그렇지가 않았죠. 멋진 콤비의 탄생입니다.

비슷한 시대, 비슷한 내용의 영화[비독]
물론 아쉬운 것도 없잖아 있습니다. 소설의 모습을 기대한 사람에게는 당연히 아쉬운 내용이겠지만, 꼭 소설의 모습을 기대하지 않더라도 가이 리치 답지 않은 스토리는 왠지 아쉽습니다. [스내치]와 비교하자면 더 비주얼적으로 강화되었지만, 스토리는 죽어버린 느낌입니다. 탐정물, 스릴러가 다 그렇지 않느냐고 한다면, 뭐라 할 말은 없고, 오히려 그런 스토리의 빈약함을 비주얼로 덮어버렸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시대를 배경으로한 추리영화인 [비독]과 비교한다면 이러한 스토리나, 사건의 해결, 결말에서의 아쉬움은 이런 부류의 영화의 한계라고 하기엔 많이 아쉬운 점이 많지요. 단, [비독]에선 그만큼 [셜록 홈즈]만큼 비주얼적으로 화려함은 없습니다. [비독]의 반전은 예측할 수는 있어도 참으로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는 스토리이자, 반전이랍니다. 사건의 해결에 있어서도 [셜록 홈즈]는 사기당했다는 느낌이고 억지라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지만, [비독]의 사건 해결은 오히려 시원시원 합니다. 약간 판타지스러운 면이 있기도 하지만요. 대신 [셜록 홈즈]에는 [비독]이 가지지 못한 강력한 캐릭터가 있지요. 흥행도 보증해주며 몇 세기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한 번씩은 이름을 들려준 멋진 캐릭터가 영화도 멋지게 만들어줍니다. 단, 그게 덫일 수도 있겠지요. [비독]을 보면서 비교해보는 것도 괜찮습니다만, [비독]은 약간 잔인한 장면도 들어가기에 염두해 두시길 바랍니다.

무적의 아이언 셜록 홈즈!
셜록 홈즈는 다른 영화에 비교해서 그렇게 훌륭한 면이 없다곤 해도,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만 쓰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고생하는 모습은 탐정이라기 보단 형사가 아닌가 싶지만, 셜록 홈즈가 고풍스러운 자신의 사무실에서 머리로만 추리하고 왓슨은 옆에서 그것을 받아 적기만 한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스릴러보단 액션영화에 가까운 [셜록 홈즈]. 2000년대의 영화를 위해서 새롭게 변한 셜록 홈즈의 새로운 스타일이 후속편에서(그것도 홈즈와의 최대의 라이벌과의 대결이라죠) 더욱 멋지게 변해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덧. 우여곡절 끝에 수요일날 또 보러 갑니다. 아이고 내 신세야.
덧. 가이 리치의 자조적인 결혼 이야기가 담겼던 대사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맞는지 아닌지 수요일날 확인하고 말씀 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