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24일 목요일

[Remark2009]왓치맨 - 디스 히어로 이스 안티히어로

2009년 베스트 영화를 선정해보았습니다. 아, 2009년 베스트라기 보단 꼭 챙겨봐야할 영화라고 하는 것이 좋겠군요.
제가 많은 영화를 본 것은 아닙니다만, [디스트릭트 9]과 [왓치맨] 둘 은 2009년 개봉된 영화 중에서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디스트릭트 9]은 워낙에 호평을 받고 좋은 이야기도 많고 다들 쉽게 접했던 반면에 [왓치맨]은 그렇지 못한 것 같은데다가, 제 기준에 조금 더 좋은 평가를 해 주고 싶어서 [왓치맨]으로 선택했습니다. 순위를 매기고 한 10개쯤 나열하는 것도 괜찮겠지만 전 하나만 파 볼렵니다.(베스트로 선정하진 않았지만 [디스트릭트 9]도 언젠간 이야기 하겠습니다)그럼 시작하죠.

이 정도로 허술하다면 저도 영웅하겠습니다. 전 바바리맨을 할 생각이에요.


[배트맨: 비긴즈]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약간은 만화적인 배트맨의 이야기를 철저한 현실세계로 끌어오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스파이더맨]시리즈도 스파이더맨의 영웅적인 면모보단 인간적인 면모를 많이 보여주지요. 특히 3편에서 베놈에 의해 증폭된 인간의 욕망의 모습이 보여지기도 했죠. 하지만, [왓치맨]은 그냥 인간입니다. 물론 초인의 능력을 가지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만, 철저한 현실 속에서 인간과 영웅의 사이에 위치한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인간쪽에 한 97%정도 더 가깝죠. 게다가 배경도 1980년대 미국입니다. 현실에서 약간 패러디되고 비틀어졌지만, 큰 세계관은 현실과 한 87%정도 비슷합니다. 베트남전이라든가 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 등 여러가지 사건들이 현실과 허구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왔다갔다합니다. 그러다가 영화의 시작은 구소련과 미국사이의 핵무기 증강이라는 냉전으로 인류멸망을 초시계로 젤 수 있는 배경 속에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세계의 멸망의 시계는 55분을 넘어서고 있죠. [왓치맨]의 트래이드 마크인 스마일리에 묻인 인간의 핏자국도 이 시간을 암시하는 모습이지요.

거침없는 코미디언. 필자가 사랑하는 부류다.

다른 히어로물과의 공통점이 초인들이 나온다는 것밖에 없는 영화 [왓치맨]의 히어로들도 다른 영화의 히어로들과는 노선을 달리합니다. '코미디언'은 윤리의 벽을 넘어서 폭력을 일삼으며 세상에게 냉소와 조소를 보냅니다. 영웅이라고 소개한 제가 부끄러울 정도로 전형적인 악당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 제어받지 않는 자유로움을 저는 살짝 동경합니다만, 이건 정말 도를 넘는 정도입니다. '로어셰크'는 영화 내내 가장 영웅의 가까운 면모를 보여주지만, 강박에 가까운 정의감과 잔인한 폭력성을 보여줍니다. 어렸을때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로어셰크는 일그러져서 완전하지 못한 영웅이지요. '나이트 아울 2세'는 그저 예전의 모습을 안주삼아 맥주나 홀짝이며 사회에 적응해버린 전형적인 패배자이자 소시민의 모습입니다. '닥터 맨하탄'은 가장 이 세상 영화 중에서 가장 강한 영웅(가장 부러운 영웅이기도 합니다 분신술에 순간이동 거대... 까지) 이지만, 이러한 능력 때문인지 현학적이며 비 인간적으로 변해갑니다. 오히려 일반 인간보다 많이 부족해 보이기도 하고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아보기이도 합니다. 결국 다 똑같은 인간입니다.

당신이 리뷰를 쓰는 지금, 아울은 하늘 위에서 그녀를 꼬시고 있다. 이것이 인생이다...


이런 허술한 주인공들로 거대 담론의 세계였던 1980년대의 담론을 이야기 하려는 것은 아닐 겁니다. 80년대 냉전으로 인하여 얼마나 위태로웠는지 추억하려는건 더욱더 아닐 겁니다. 디스히어로 영화라고 하여 인간의 고뇌와 한계를 담았다고는 한다면 오히려 히어로 영화에서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방법이 더욱 효과적이었겠죠.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일까요? 뜬금없겠지만 이번 코펜하겐 환경회의에서 그 답이 나오는것 같네요. 굳이 환경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80년대와 비교해서 얼마나 더 위태로워졌습니까? 비록 핵이나 전쟁이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80년대 부터 말이죠. 80년대 냉전은 인간의 판단력에 대한 불신과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나약한지 증명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도 그때와 같이 불신할만한 불완전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는 윤리의식이 결핍되었고, 누구는 강박감에 시달리며 과거를 극복하지 못하며, 또 누군가는 소시민으로 패배자로 살아갑니다. 행동하지 않는 배운자들도 마찬가지죠. 결국 우리는 80년대나 지금이나 바뀐게 없기에, 80년대의 이야기가 2009년에도 이야기 할 만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다고 그런 것을 극복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그냥 냅두자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죠.(극복하면 좋은 것이고요)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연민을 가질필요가 있어요. 그리고나선 지금 우리 앞의 문제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환경이든 전쟁이든 말입니다. 그렇지 않는 다면 인류의 멸망시계는 또 일초 앞으로 나갑니다.

내가 쓰고도 내가 뭔 소리인지 모르는 글을 읽고 자폭중...


[왓치맨]의 대한 해석은 제멋대로이긴 합니다. (저는 제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해석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다소 엉뚱해도 제 식대로 컨탠츠를 이해하려고 하죠)하지만 영화 한 편에서 이런 거창한 이야기를 실제로 하기도 하죠. 그렇다고 심각해질 필요 있습니까? 우리는 돈을 내고 한 두시간 시간을 죽이거나, 스트레스를 풀거나, 애인과의 기분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영화를 봅니다. [300]에서 보여준 것 만큼 꽉찬 액션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잭 스나이더 스타일의 액션은 여기서도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약간은 폭력성 넘치는 액션은 영화 분위기 속에서 [300]보다 더 짙고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게다가 물리학자들에 자문을 구해서 만들어지는 CG는 감탄을 자아내게 하죠. 또한 엄청나게 많이 숨어있는 암시와 비유는 숨은그림 찾기마냥 소소한 재미를 더해줍니다(대표적으로 스마일리의 핏자국이 그렇죠).거기에 계속되는 현실과의 경계에서의 코미디언의 뼈있는 말 한마디까지. 심오하지만 그 심오함 외에도 즐길거리는 많이 있습니다. 어둡고 칙칙하지만 한번 보셔보세요 괜찮습니다.

덧. who watches the watchman? 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듯 이 영화에서 권력에 대한 경계를 외치고 있을 수도 있겠죠. 답은 없습니다. 자기가 받아드리는게 맞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정답인 거에요.

덧. 실제로 화성엔 스마일리 자국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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