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아이팟나노 그리고 아이팟터치 구입까지의 루트.
(한정적인 밧데리 기간, 아이케어 비용 보다 신 버젼구입)
애플사의 아이팟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2년전인 2007년 1월이었다.
아이팟나노 2세대의 유행이 조금씩 가시기 전에 구입한 것으로 기억한다. 아이팟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아이튠즈라는 프로그램이 필요했으며, 그 프로그램을 통해 음악을 넣는 다는 것은 초보자인 내게 꽤나 복잡한 일이었다. 일반 엠피삼 플레이어였다면 그냥 D드라이브나 F드라이브에 음원만 넣으면 끝나는 일을 아이팟은 음원변환은 물론 동기화 등 어쩌구저쩌구 별 작업이 많았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다른 엠피쓰리 플레이어와는 다르게 깔끔한 디자인에 군더더기같은 기능들은 최간소 시키는 등 나름 아이팟이 '리스너 친화적'이라는 생각에 더욱 더 정감이 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2년 뒤, 올해 2009년에 드디어 나노에게 일이 터졌다. 어느 날 전원이 꺼지고 액정이 나가더니 배터리까지 급 속도로 닳아버리기 시작했다.
당황한 나머지, 인천 부평의 애플 A/S사에 아이팟수리를 위해 찾아갔다. 그러나 부품이 없다는 이유로 다른 지역사로 가라는 얘기뿐이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부천 애플사를 찾았다. 이제는 고칠 수 있을거란 희망을 가지고 최소한의 수리비만 나오기를 기대한 채 수리직원에게 아이팟을 보여주었다.
허나 그 기대는 산산조각 났다. A/S 보증기간인 1년을 넘었기 때문에 새로 아이팟 나노를 교체하는 비용으로 대략 15만원을 요구받았다. 그 순간 아이케어를 사면 A/S보증기간 1년보충으로 수리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잔머리를 굴려보았다. 그래도 그건 아니었다. 차라리 돈을 더 들여서 더 좋은 아이팟 신 버젼을 사는것이 나을거란 생각에 결국 나노수리를 포기하고 인터넷에서 터치를 구입했다.
터치를 구입한 날짜는 6월 12일, 가격은 290,000원이었다.
이는 작년에 판매했던 가격대보다 1.5배 인상된 가격이었다. 외환위기를 맞아 환율이 오른탓에 작년보다 높은 가격으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결국 그렇게 터치를 손안에 넣었다.
아이팟터치를 구입하면서도 이내 찝찝한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
왠지 이 모든 루트가 애플의 전략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이었다.
보통 아이팟의 밧데리 수명은 길어봤자 2~3년이라고 하면, 이미 아이케어 기간은 지나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고가의 수리비를 들여 아이팟을 고쳐야 한다. 혹은 새로운 엠피쓰리를 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아이팟의 기능에 익숙해있던 사용자라면 충분히 신 버젼의 아이팟을 구입할 확률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이런 확률을 따져 애플은 무리없이 구버젼 이용자 고객까지 장기적으로 유지한다.
2. 아이팟터치 해킹
아이팟터치를 구입한 이용자라면은 한번쯤은 '아이팟해킹'이란 유혹에 쉽게 빠진다.
나또한 그랬다. 유료어플을 공짜로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아이팟 해킹을 시도해 본 적이 있다. 빈약한 한국계정보다 좀 더 어플이 많은 미국계정으로 갖은 수를 쓰며 시간을 들인 적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것이 헛수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엠피쓰리 플레이어라는 기계 자체에게 너무도 많은 것을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아이팟의 심플하고 간결한 매력에 흥미를 가졌던 내가 어느 순간 공짜 콩고물에 목맨다는 생각에 급 한심해져버렸다. 그리고 이내 싸이디아까지 다 받아놓은 상태에서 동기화를 시켜버렸다.
게임을 하고 싶다면 차라리 닌텐도를 가지고 노는 게 낫다. 인터넷을 하고 싶다면 집에서 큰 액정으로 서핑을 하는 편이 낫다. 어짜피 아이팟을 오래 가지고 놀다보면 금방이라도 달아오르는 열기때문에 폭발이라도 할까봐 노심초사하는 것도 그 이유중에 하나이다. 그렇게 아이팟 터치에게 가졌던 흥미는 점점 떨어져갔다.
3. 아이폰 출시
그리고 애플사의 본심이 드러나다
6월 8일 열린 애플 연례행사 WWDC(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의 입장권이 매진됐다.
한 기업의 제품 발표회에 불과한 이 행사의 입장권 매진에 해외 언론들 또한 주목하게 되었다. 기존에 알려진 아이폰이 아닌 새로운 버젼의 아이팟이 출시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이폰에 대한 국내의 기대는 컸다.
하지만 8월부터 국내에서도 판매될지도 모른다는 아이폰에 정작 아이팟 유저중 하나인 나로써는 썩 달갑지는 않았다. 이미 국내에서 50만 대에 가까운 판매고를 기록한 아이팟의 폭발적인 수지가 과연 아이폰에게도 적용될까? 아이팟 터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아이폰을 구입할 사람은 적을 것이다. 오히려 아이폰 출시에 반감을 느끼는 분위기가 이런 것이다. 왠지 속고 샀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아이폰이 휴대용 단말기로써 과연 편리할지도 의문이다.
당장 메모리 카드는 커녕 배터리 교환도 못할 것이다. 그리고 휴대폰으로써 가장 중요한 기능인 수신 전파율은 어떨까? 기존의 국내 회사인 삼성과 LG와 경쟁하기에는 큰 무리가 있을 것이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기란 그리 쉽지 않다는 말이다.
게다가 어쩌면 애플사가 세계에서도 IT강국이라 일컫는 한국을 얕잡아 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DMB는 물론 길거리든 지하철이든 어디든지 쉽게 웹에 접속은 물론 수신율도 매우 빠른 폰은 지금까지도 많이 개발되었다. PMP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리버, 코원 등에서도 그 정도 기능은 가능하다.
컴퓨터 관련 업계만 따지더라도 애플은 아직까지 삼성이나 LG에 비하면 보급률또한 현저히 떨어진다. 애플사는 엠피쓰리 플레이어 판매에서만 히트를 기록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애플사의 자만이 너무 크다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당장 A/S, 빈약한 어플의 한국계정, 뒤늦은 아이팟의 한글입력기와 한국어 지원만 보더라도 애플사는 한국을 그저 '돈벌이 되는 나라'로 여기는 것은 아닐까? 팔면 그만이라는 자세때문이더라도 당장에 아이팟과 애플사에게 느끼는 분노는 크다.
애플사가 국내에 아이폰을 출시할 예정이라면 한국의 경제적 상황, 경쟁사보다 더 발전된 기술 그리고 이용자를 위한 배려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